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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교정 & 양악

[교정/양악] 교양있는 일기 (1) : 내 상태

by day_fly_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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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저리주저리

어렸을 때부터 비염이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중이염으로 이비인후과와 친했고, 증상이 심했을 때는 귀에 찬 물과 피가 사라지지 않아 관을 삽입하는 시술도 했었다. 게다가 알러지도 있어서 기본 3~5번 연속 재채기는 평소에도 디폴트다.

 

재채기를 연달아하면 뭔가 복근 생기는 느낌... 아는 사람...?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 고양이를 키운지 2년 정도 되었을 때 갑자기 소리가 먹먹- 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또 중이염인가 싶어서 이비인후과를 가게 되었고, 귀 안에 혈종(피멍 든 정도)이 있다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알러지 검사를 해보니 먼지 +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었고, 혈종의 원인이 집에서 같이 사는 고양님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셔서 약 처방받아서 먹으니 한 번에 사라졌다. wowwww-)

그날 의사 선생님께서 검사하면서 코 안에도 살펴보니 오른쪽 코 뼈대(?)가 휘어있다고 하시면서, 비중격만곡증 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이 진단을 들은 후에 내가 비염이 왜 이렇게 심했었는지, 왜 입을 벌리고 잤었는지, 왜 숨이 잘 안 쉬어지는지 등등... 모든 것들이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 현재 내 상태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입 벌리고 잤다.' 를 위한 빌드업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자동으로 입이 벌어져 구강호흡을 했고, 그 결과 얼굴이 길어지게 되었다. 애기 때 사진을 보여주면 '왜 이렇게 역변..했어?' 라고 말할 정도로 빗살무늬토기 상이 되어버렸다.

 

안녕, 내 얼굴? 👋

 

그리고 부정교합 상태이다. 음식을 먹을 때 이빨로 잘라먹는 것이 안돼서 혓바닥으로 잘라먹는 게 일상이었고, 부정교합으로 비대칭이 생겨서 왼쪽 턱이 오른쪽 보다 더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턱의 길이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긴 편이고, 주걱턱도 있는 편이다.

 

평상시에도 사진 찍힌 것을 보면, 정면이야 원래부터 수도 없이 봐왔으니 그렇다치고... 측면이 정말이지 누가 찰흙으로 초승달을 빚어놓은 것 마냥 생겨서 매번 놀랍다.

 

보기 싫으니 작게 보자...

 

 

어렸을 때 영문도 모른 채 엄마 손에 이끌려 치과를 간 적이 있다. 딸래미의 컴플렉스를 어떻게든 고쳐주고 싶은 엄마는 교정이라도 해주려고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1분도 안돼서 컷 당했다.

접수하고 진료 받으러 들어가 의자에 앉자마자 의사 선생님께서 친절한 목소리로 하신 말...

"이 친구는 교정만 가지고는 안돼요^^ 이 케이스는 양악이랑 교정이랑 같이 진행하셔야 해요^^"

 

암말 못하고 그대로 Back.

 

 

주변에서는 양악할 정도로 심하지 않다고 다들 말하지만, 20년간 컴플렉스였다보니 위로가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나름 컴플렉스를 가진 것 치고는 아무 탈 없이 잘 살아온 것 같다.

그러던 중... 코로나 시대가 열리고, 나는 마스크의 맛을 알아버리고 말았다... 마스크만 쓰면 컴플렉스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이래서 '마기꾼' 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를 느꼈다.

코로나가 끝나 마스크를 벗어도 됨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로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물론 나는 마스크를 쓴다고 해서 예뻐지진 않더라. 좀 슬프네.

 

 

 

# 그럼 왜 이 글을 써?

결국 나는 양악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예전부터 "양악하고 싶다~ 교정하고 싶다~🎵" 노래를 불렀지만 (진짜로 노래 부른 건 아님), 막상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무서움도 컸고, 비용도 많이 들고, 이것저것 조사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이 얼굴로 살아오다 보니 정(?)이라도 들었는지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음식이 앞니로 잘 안 잘려서 불편해..?"
"혀로 잘라서 먹으면 되지~"

 

"사진 찍으면 맨날 얼굴이 비대칭이야..?"
"보정하면 되지~"

 

"얼굴이 너무 긴 것 같아..?"
"마스크 쓰면 되지~"

매 순간 이런 식으로 합리화를 했던 것 같다.

 

옳소!

 

 

이런 식으로 살아오다보니, 어느 순간 20대 후반 취준생이 되버렸다. 나에게 앞으로 양악은 없겠거니 하고 평소처럼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툭- 말을 내뱉었다.

"너 양악은 안 할 거야?"

 

매번 반대를 했던 엄마가 이런 말을 꺼내니 좀 의아했다. 알고 보니 외삼촌께서 이빨이 아프셔서 치과를 갔는데, 원인이 부정교합 때문이라 최근에 늦은 나이지만 교정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외삼촌께서 교정하려면 하루라도 더 어릴 때 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하신 후로, 엄마의 생각에 조금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좋아라 했겠지만, 취업을 앞둔 시점에서 불안함이 커서일까? 선뜻 "할래" 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이 시점에서 양악을 하게 되면 최소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릴 텐데...취업에 성공해도 회사 다니면서 양악 수술은 어떻게 할 것이며, 취업 준비를 계속해도 다른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하는데 1년 반 동안 가만히 있자니 불안하고...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었다.

 

오또카지~오또카지~

 

 

그렇다고 또 선뜻 "안할거야" 라는 말도 안 나오는 것 보니, 나는 양악에 대한 미련이 확실히 있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한 번 고민해볼게..." 라는 말을 남기고, 내가 양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 얼굴형이 20년 동안 컴플렉스였다.
  2. 매번 사진 찍을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자신감이 없었다.
  3. 음식을 먹을 때, 부정교합 때문에 혀로 잘라 먹어야 되서 불편하다.
  4. 시간이 더 흐르면, 양악할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5. 경제적으로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 해야 나중에 덜 힘들다. (나는야 효년... 하지만 사실인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결정장애인 나는 결정을 못내려서, 일단 병원들을 돌아다니면서 상담받고, 고민할 시간을 좀 벌기로 했다.

 

교정 상담 시작한 게 2022년 10~11월, 중간에 일정이 있어서 잠깐 쉬었다가, 양악 상담 시작한게 2023년 3월이다. (상담받은 과정들은 다음 포스팅 때 써보려고 한다.)

 

교정 상담할 때쯤 양악하기로 결정하고 교정했었으면 벌써 4~5개월은 지났었겠다...쩝

 

 


 

교정과 양악을 같이 진행하는 케이스이다 보니 시간이 꽤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통의 시간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일기라도 써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기록 남기는 목적이 크겠지만, 행여나 이 글을 보는 사람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나와 같이 양악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소소하게 공감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ps. 스스로 고생길을 자처한 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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